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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일상 이야기

01. 어학원 독일어 vs. 생존 독일어

by kimiling 2020. 12. 17.

독일에 살면서 언어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때를 생각해봤다. 크게 두 번정도가 있다.


첫 번째는 B2수업을 들었던 때.

수업에서 다루는 문법 중에 한 번에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 많아졌고, 처음 보는 단어의 양은 넘쳐났다. 지금은 한국어로 된 중고급 문법책이 시중에 나와있지만, 5년 전엔 모든 독일어 서적이 초급 독일어만 다루기 있었기에 참고할 만한 서적이 없어 더더욱 어려웠던 것 같다. 


단어와 숙어 역시도 상황은 같았다. 한국어로 번역된 단어, 숙어책이 없었기에 어학원에서 나눠준 자료만 참고해야했다. 즉, 단어와 숙어의 뜻은 일일이 사전을 찾아야했다.


특히나, 네이버 독일어 사전은 영어사전처럼 잘 구축되지 않아서 문맥에 알맞지 않는 한국어 뜻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경우에는 독일어>영어>한국어 순으로 번역해야했다. 즉, 모국어로 잘 정리된 자료가 있는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같은 것을 배워도 한국인들에게 소요되는 시간은 2배, 3배였다. 




그리고 두 번째는 독일 사회에 본격적으로 속하기 시작한 요즘이다. 단기가 아닌 장기 거주자의 자격으로서 첫걸음을 밟고 있는 지금.


독일인과 결혼 후에 처리해야 할 행정업무도 많고, 코로나 덕에 한국을 가지 못하면서 독일에서 해결해야하는 일들이 많아졌다. 비자업무를 예를 들어보려고 한다. 


그동안 어학비자를 받을 땐 담당자와 1회성 만남으로 모든 게 쉽게 해결됐기에 언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반면, 혼인 신고와 배우자 거주허가 비자 신청 등은 담당자와 수차례의 컨택이 필요했다. 물론, 남편이 주도적으로 행정업무를 처리했지만, 모든 과정을 겪으면서 내 독일어 실력이 부족하다는 현타를 제대로 느끼게 해줬던 시작점이었다.



비자가 해결된 이후에도 정착을 위해 여러 기관의 독일인들과 컨택할 일이 많아졌다. 소소하게 이웃과의 교류부터 시작해 구직을 위한 Agentur für Arbeit와 어학원 문의, 임신으로 인한 산부인과, 헤바메, 치과 예약 및 검진 받기와 보험사 문의, DKB 은행 계좌를 열기위한 심사, 세탁기 수리를 위한 삼성 A/S센터 및 수리기사와의 연락 등등....


일상 독일어를 구사하는 위에 사람들은 당연 어학원 쌤들이 보여준 관용은 전혀 없었다. 내가 말을 더듬거나 제대로 말을 못하면, 말을 끊기 일수였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대부분 전화통화로 일처리해야하는데, 말을 조금만 어눌하게 하면 상대방은 "잘 안들리니까 다시 전화해"라는 말 한마디 휙 던지고 끊기도 했다. (전화 걸기 전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런 취급을 받으면 허탈감과 자괴감이 엄청 밀려온다.)





어학원 독일어 vs. 생존 독일어

C1까지 수업을 들었음에도 생존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없다는 점이 참 안타깝다. 물론 어학을 수료한 게 4년 전이고, C1 수업은 열심히 듣지 않았기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학원에서 배웠던 독일어는 친구들, 가족과의 소통 및 일상에서 필요한 1회성 대화를 위한 간단한 기초인 듯하다. 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실제로 얻기 위해서는 어학원 수업 외에도 다방면으로 부딪혀봐야 레벨업이 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언어 사용의 경험 부족이거나 전문 용어에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거라고 소소한 위안을 받을 수있다. 실력 부족이 아닌 경험 부족이라면, 몇 년 후엔 A/S 접수도, 보험사 문의도, 의사 선생님과의 대화도 좀 수월해질수 있을거란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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