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변엔 해외취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참 많다. 나 역시도 첫 회사를 다니면서부터 해외취업에 관심이 있었다. 그리고 약 1년간 독일에서 구직활동도 해봤다. 나름 괜찮은 CV를 가지고 있어서 쉬울 줄 알았지만, 마케팅 포지션이라 그런지 예상했던 것보단 쉽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한국에서 다녔던 회사의 명성과 업무 경력 덕분에 다른 사람들에 비해 면접의 기회는 참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최종합격까지는 못했다. 외국인 신분 + 워크 퍼밋 문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구직 과정에서 감정적을 상처도 많이 받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었고, 자랑스러웠던 커리어적 백그라운드까지 의구심을 갖게 됐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걸 견디지 못해 한국으로 돌아갔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한국에서는 2번의 시도 끝에 바로 취업을 하게됐었다.
그리고 2019년 난 다시 독일로 돌아와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2-3년 전 예전만큼 열정이 있는 건 아니다. 이미 결과는 대강 알고 있기에 그런 것 같다. 이 포스트에서는 구직을 준비하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감정적'으로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의 해외 구직 경험 이야기>를 자세히 적어볼까 한다.
해외 구직 결심
알바와 인턴을 제외하고 정식으로 처음 다녔던 회사는 스웨덴 기업이었다. 회사 생활과 업무의 기본적인 방식은 스웨덴 본사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익혔고, 담당업무와 관련되서는 아시아지역 총괄 담당자에게 교육을 받았다. 자연스럽게 해외 특히 유럽의 체계적인 업무방식을 배우고 몸에 익힐 수 있었다.
더불어 양성평등이 일반적인 스웨덴 기업이 보기엔 한국의 지사는 Young professional과 여성 매니저 육성이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고, 개선을 위한 좀 더 타이트한 캠페인을 펼쳤었다. 사내 홍보 담당자이니만큼 관련된 캠페인을 진행에 협조 업무를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도 이때 내가 해외취업을 결심하게 된 이유였다.
막연히 유럽을 가면 여성으로서, 20대의 어린 직원으로서 커리어적으로 성공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독일로 이사, 그리고 어학
이렇게 6개월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독일인 남자 친구의 제안으로 난 독일로 오게 됐다. 나의 1년 계획은 이러했다. 독일어 어학 수업으로 6개월, 영어실력과 간단한 독일어 실력으로 알바 3개월을 한다. 그 후 독일어가 좀 더 유창해지면 정식으로 Full-time으로 취업을 한다. 계획을 세운 후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고,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아 독일로 이사했다.
옥토버페스트를 신나게 즐긴 나는 11월부터 어학수업에 참여했다. 독일어 하나도 몰랐기에 A1부터 시작했다. 영어를 자주 썼던 덕분에 A2까지는 예상보다 쉽게 배웠다. 복병은 B1와 B2. 갑자기 수준이 확 올라간다. 계획했던 6개월 동안 B2까지 다 수료했지만, 나의 독일어 실력은 아르바이트하기에도 택도 없었다. 7개월 차에 C1를 등록해놓고, 구직을 시작했다.
(유럽 기준으로 B2까지 하면, 일하는 데에는 문제없는 독일어 수준이라고 한다.)
본격적인 구직활동
관심 있는 포지션에 영문이력서를 보내기 시작했다. 일주일 안에 연락이 왔던 한국과 달리, 이 곳은 깜깜무소식이었다. 그리고 지원 후에 2-3주가 지났을 때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탈락된 곳도 있고, 전화 혹은 스카이프 면접을 하고 싶다는 메일도 있었다. 영어 및 독일어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단계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우스운 부분은 면접도 보기 전에 원하는 급여를 질문하는 메일이었다. 80프로의 회사들이 그랬다. 사실 엄청 난감한 부분이었다. 한국에서 받았던 금액을 쓰자니 세금을 제외한 실수령액 금액이 좀 차이 나서, 세후 금액을 적었다. 한국에서 받았던 거보다 낮추면 낮췄지 높이진 않았다. 돌아온 답변들은 본인들 기준보다 높다는 것이었다.
흠.... IT 쪽 종사하는 뮌헨에 사는 친구가 받는 급여보다도 많이 낮았는데도 내가 제안한 금액이 높다는 말에 업무마다의 임금격차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희망연봉을 낮추고 다시 지원했다. 후에 6-7군데에서 대면 면접 제의를 받았다. 내가 갔던 회사들의 면접은 꽤나 흥미로웠다. 함께 일하게 될 매니저와 1시간이 넘는 심층면접을 하고, start up의 경우 회사 대표와도 면접을 진행하기도 했다. 심층면접에서는 주로 내가 어떤 일을 했었는지, 왜 독일에 오게 됐는지, 독일에서 사는 건 어떤지, 전공은 왜 이걸 선택했는지 등등 개인적인 것을 많이 물어봤다. 대부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치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분위기로 조성되었었다. (아! 어떤 곳은 수학 문제를 풀어보라고 하기도 했다.)
면접 결과 분석
면접 때 분위기가 좋아 난 다 잘될 거라고 믿었는데, 결과는 다 좋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분석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부분은 그들이 나를 면접에 초대한 건 CV에 적힌 나의 백그라운드에 대해 더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에 적기는 좀 그렇지만, 질문들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다.
그리고 두 번째 문제는 워크퍼밋. 친하게 대화했던 여자 매니저 분이 있는데, 솔직하게 말해줬었다. "절차상 3명을 면접을 봐야 하는데, 이력서 상 난 네가 가장 마음에 들어서 첫 번째로 대화시간을 잡았다. 그리고 우리의 대화도 참 즐거웠고 함께 일하기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비자 문제가 있어서 독일인이나 EU 출신을 선택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런 거 말해주면 안 되는 거 같지만, 그분도 분위기에 휩쓸려 말해준 듯.
세 번째는 독일어 실력. 앞에 언급한 매니저의 경우 캐나다/독일 이중국적자이고, 회사 내 공식 언어가 영어이기에 영어로 일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근데 결국 이 회사가 있는 나라도 독일이기에 에이전시와 연락할 때는 독일어를 써야 하는 것이었다. C1까지 8개월 수업으로는 가당치 않은 실력이었다. 아울러, 다른 회사에도 비슷한 피드백을 받았었다. 영어로 면접을 봤지만, 궁극적으로는 고객이나 에이전시와 대화할 땐 독일어로 해야 한다고. 지금 독일어 실력으로는 부족한 것 같으니, 3개월 동안 독일어 실력을 유.창.하.게 늘려서 다시 오는 게 어떻겠냐고.
한국 귀국
될 듯하면서도 안 되는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하자, 독일 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생기게 됐다. 나중엔, 독일인들은 간 보는 걸 즐겨하는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경험하지도 않아도 되는 국적 차별(워크퍼밋&언어)을 겪어야 하는 게 너무 싫었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보다는 한국인과 함께 한국어로 일하는 걸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떠오르자, 한국행을 결심했다.
잇달은 취업실패로 자존감이 매우 낮아진 상태에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예상했던 것보다 많은 연락을 받았고, 2번의 면접만에 점핑된 연봉과 만족스러운 워킹레벨로 취업에 성공했다. 14개월 간 한국에서 근무하며, 업무 실력도 좀 더 쌓고 자신감과 자존감도 다시 많이 회복했다.
다시 독일로 돌아 옴
햇수로 7년, 만으로 5년의 경력을 들고 다시 독일로 돌아왔다. 물론 지난 번의 경험으로 현실 파악을 했기에 이번엔 여기서 재취업을 간절히 원하지는 않는다. 예전엔 도전과 패기가 있었다면 지금은 마음의 평화가 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수로 있는 것보단 일하는게 좋을 것 같아 이력서를 넣어보고 있다. 면접도 간혹보러 가고 있고.
근데 예전에 비해 외국인들에게 더 야박해진 느낌이다. 공지부터 워크퍼밋을 소지한 사람만 지원하라는 문구도 있고, Application 작성할 때 워크퍼밋 소지 유무를 선택해야하는 칸도 생겼다.
AND MORE
워크퍼밋과 업무 포지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덧붙이면 좋을 것 같다. 어학을 함께 했던 유럽 친구들은 경력이 나보다 짧았지만 다들 취업에 성공해 2년 이상씩 근무를 잘하고 있다. 물론 그들이 언변술이 뛰어나 면접을 굉장히 잘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독일은 경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을 고려해보면 아무래도 워크퍼밋을 소지했기에 회사에서는 좀 더 유연하게 고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러면 워크퍼밋이 있다고 다 취업이 잘 되느냐? 그건 또 포지션에 달려있다. 나 또한 워크퍼밋을 위해 남자 친구와 결혼을 해야 하나 고민도 해봤다. (이건 최후의 수단으로 고려하고 있는 부분) 마침, 친구의 지인 중에 2년 차 마케팅 경력과 (결혼으로)워크퍼밋을 소지하신 분이 있어, 그 분의 이야기를 들었다. 3년 째 구직활동만 하고 있다고. 기본적인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언어감각과 언어 실력이 중요한 마케팅이라는 포지션에 외국인을 고용하는 일은 드믄 것 같다.
인력이 부족한 그룹인 IT 쪽 개발자들은 워크퍼밋 없어도 독일어를 못해도 취업에 좀 더 쉽게 성공한다. 사실 프로그래밍하는 사람들은 컴퓨터 언어를 한다는 거 자체가 매리트이기에 현지어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진 않다. 난 이 분야에 속한 사람이 아니니, 그만 적어야겠다. IT 쪽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내 글이 도움이 안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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