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의 소도시에서 거주한지 어느덧 5개월.
서울, 토론토, 베이징, 뮌헨과 같이 대도시에서만 살다가 처음으로 독일 국경에 근접한 작은 마을에서 살고 있는 중이다.처음엔 이 곳에서의 삶이 매우 지루했다. 예전엔 시간만 내면 집 근처에서 문화생활을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그렇지 못하기에 지루함을 견딜수가 없었다.
따끈따끈한 신작 영화를 보려면 차로 20분이상 운전해서 가야 하고, 스타벅스에 가려면 스위스로 가야 한다. 헬스장 역시도 자차로 10분 정도 운전해서 가야 한다. 하지만, 차가 없는 나는 이 모든 걸 원할 때 쉽게 이동할 수는 없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인간은 변화에 적응에 하는 인류이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상황에 점차 적응을 했다. 그리고 대도시에서 누렸던 것들을 여기서도 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도 생겨났다. 넷플릭스로 영화를 보거나, 집에서 커피를 내려마시거나, 주변 숲 속을 이용해 걷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한적한 길거리를 걷던 중 어느 날, 문뜩 깨달았다. 매일을 어딘가에 금전적으로 소비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것도 구입하지 않아도 알찬 하루를 보내고 있고, 만족스런 생활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머릿속에 스치던 생각. "나는 그동안 소비문화 속에서 살았던 거였어."
그동안의 생활습관을 돌이켜봤다. 쓸데없는 데에 금전 지출이 많았다. 과소비를 했던 건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혹은 당연한 듯 지출하고 있는 비용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이 다 보는 인기 있는 영화가 개봉하면, 영화관으로 쪼르륵 달려가 영화를 본 것. 출근길 혹은 점심식사 후 습관적으로 커피숍에 가서 커피를 사 먹었던 것. 친구들을 만날 땐 무조건 맛집과 예쁜 카페를 1차 2차로 갔던 것. 아침에 드럭스토어 세일 카톡을 받으면, 꼭 방문해 한두 개의 제품을 구매했던 것. 인터넷 서핑을 하다 맘에 드는 의류나 신발이 보이면, 간단한 카드 결제로 바로바로 주문했던 것.
모든 소비는 정말로 필요해서 하고 있는 행위가 아닌, 주변의 영향으로 순식 간에 발생한 순간들이었다. 한마디로 수동적인 소비습관이었다.
지금은 자의적 반, 타의적 반으로 소비에 대한 욕구가 거의 없다. 딱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능동적 소비만 하고 있다. 필요한 것을 리스트로 작성해놨다가 쇼핑할 때 한 번에 구입하는 것이다. 무언가를 소비 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기에, 정말 필요한 것인지 한번 더 생각하기도 하고, 신제품이 나오면 무조건 구매해서 사용해보기보단, 소비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는 기존에 사용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편이다. (참로고 독일은 무료배송료를 만족하는 금액이 높은 편이라, 필요한 물건은 몰아서 구입할 수 밖에 없다.)
이런 행동의 변화는 소도시라는 환경적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인적이 드물고, 자연과 어울려서 살고 있는 분위기이니 마케팅 캠페인이 노출되는 일이 거의 없다. 주변에 소비를 유혹하는 매장이 전혀 없어서 무의식적으로 충동구매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지인들 중에 어느 물건을 샀는지, 어디를 갔는지,뭐를 먹었는지 자랑하는 사람이 없기에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경우도 없다.
외부의 영향으로 나의 마음이 흔들릴 기회가 없는 것이다. 나의 필요성과 관심사 그리고 판단과 선택이 소비에 있어서 더 우선순위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 돌아가면 또다시 환경적 요인 때문에 예전과 비슷한 수동적 소비활동을 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난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방식인 능동적 소비 생활이 더 만족스럽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니 다시 대도시에서 살게 되더라도 예전에 비해 조금은 더 인지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본 글을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주관적인 생각을 담은 에세이입니다.
💌 작성자 : 독일사는 Kimmmi 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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