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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y/🍺 독일 문화 이야기

항생제 사용에 대한 오해. 독일에서는 정말 항생제처방을 안해주나?

by kimiling 2019. 7. 9.

Photo by Sarah Pflug from Burst

 

주말 동안 감기로 인해 집에서 누워있었다. 독일에 살아 본 경험이 있거나 독일 생활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알 수도 있지만, 독일은 항생제 사용을 남용하지 않는다. 한국에서는 항생제가 들어있는 알약이나 바르는 약을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이 곳은 의사의 처방이 있을 때만 구매할 수 있다.

 

감기와 관련해 여러 블로그에서 독일병원 방문 후기 글을 읽어보면, '감기 사탕과 감기 차를 처방받았고, 푹 쉬라며 학교나 회사에 제출할 의사소견서도 함께 받아왔다'는 내용이 많았다. 이런 글을 읽으며 나는 '항생제=먹으면 안 좋은 약 혹은 복용하지 말아야 하는 약'이라는 오해를 하게 됐었다.

 

온도가 급격히 하강한 어느 날, 감기에 걸린 적이 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아파 본 날이다. 아침엔 분명 약간의 목통증을 동반한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였다. 항생제에 관한 잘못된 지식을 갖고 있었던 나는 푹 쉬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니, 한국에서 가져온 항생제가 들어있는 상비약을 먹지 않았다. 엄청난 실수였다. 그 날 오후 목통증은 더욱 심해졌고 오한과 함께 두통과 귀 통증이 찾아왔다. 너무 아파서 참지 못하고 병원으로 갔는데, 편도가 부었다며 약을 잘 챙겨 먹으라고 했다. 블로그에서 본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항생제 성분의 약을 처방받았다. 물론 감기 차와 감기 사탕도 포함돼있었다. 일단 통증이 너무나

 

고통스러웠고, 약도 받았기에 첫 날, 둘째 날은 복용했다. 호전되는 기운이 보이면서 약을 먹지 않았다. 이것이 나의 두 번째 실수였다.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매년 같은 증상으로 병원에 1번씩 방문하고 있다. 작년에도 갔었고, 올해도 병원에 갔었다. 그리고 매번 호전되는 기운이 느껴지면,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준 약을 다 먹기 전임에도 불구하고 약을 복용하지 않았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병원에 갔었을 때에는 지어준 약을 먹고 몸에서 두드러기가 나는 걸 보고 더더욱 항생제가 들어있는 약을 먹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날, 약사가 된 사촌동생을 만나 약에 관해 대화를 하다가 내가 그동안 잘못된 상식을 갖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나는 단순한 감기가 아니였던 것이다. 편도염이었기에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항생제를 처방해줬던 것이다. 복용을 하는 게 옳았던 것이다. 두 번째, 처방받은 최소 일수는 다 챙겨서 먹었어야했다. 염증과 세균을 말끔하게 없애기 위해서 필요한 일수라고 판단하고 지어준 약이기 때문이다. 호전되었다고 생각하고 다 먹지 않으면 남아있던 세균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세파계 항생제에 알러지가 있는 것이었다. 항생제 자체 때문에 생긴 두드러기는 아니었고, 세파계 항생제의 부작용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동생은 앞으로 그 계열 항생제만 피해서 먹으라는 조언을 해줬다.

 

잘못된 상식때문에 매년 한 차례씩 목 통증을 동반한 감기를 앓고 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 덕분에 이번 감기는 꽤 고통 없이 지나갔다. 감기 기운이 느껴지자 한국에서 사 온 감기약을 바로 먹었고, 목에서 염증이 느껴지자 헥사메딘(클로르헥시딘) 성분의 약으로 가글을 바로 했다. (한국에서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줬던 가글) 그리고 중간중간 감기 차를 마셨다.

 

약 3일 정도 지속이 됐지만 다행스럽게도 고통은 크게 없었다. 물론 몸이 좋지 않을 땐, 의사 선생님에게 진찰을 받고 처방전을 받는 게 올바른 방법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추천받아서 받아온 약 덕분인지 미열은 있었으나, 큰 통증도 별로 없었고 지속기간도 짧아 가지 않았다.

 

이 글에서 말하고자하는 내용이 있다면, 독일에서도 필요시에는 항생제를 처방해준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성 단순 감기에는 당연 항생제가 들어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처럼 염증이 동반된 경우 항생제 처방을 해준다. 감기뿐 아니라 피부에도 염증이 있으면 항생제 성분이 들어있는 크림을 처방해준다.

 

한국과 다른점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하는 약에는 항생제 성분이 없다. 대부분 생약성분이다. 항생제는 의사의 처방전이 있을 때만 구입이 가능하다. 한 예로, 우리나라에서는 항생제 성분이 들어가 있는 후시딘을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다. 반면, 독일은 의사가 처방해줄 시에만 구입이 가능하다. '항생제가 무조건 나쁘니까 복용하지 마'라는 말 때문에 나 또한 어리석은 행동을 했던 것 같다. 요즘은 가급적 항생제를 줄이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주시면 다 이유가 있는 거라 받아들이고 끝까지 챙겨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본 글은 어디까지나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의학이나 약품에 대해 틀린 설명이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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